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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왜 꽃을 피우나 등록일 : 2014-09-17 18:16
들 가운데서 내가 바라는 일은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청장을 받는 일이다
이 나무와 저 나무가 서로 바라보며
건네는 사랑의 말을 귀담아 듣는 일이다
나무도 때로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때론 붉게 때론 희게 마음을 물들이는 것이다
벌과 나비는그 말이 즐거워 나무 주위를 날아다닌다
들 가운데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나무의 결혼식에 가서
나비의 축하와 벌의 축전을 대신 읽어주는 일이다
그 뒤에 선 큰 나무의 주례사를 듣는 일이다
열매는 이 나무와 저 나무가 함께 낳은 딸이라고
땅에다 쓰는 일이다
그래서 들판에사는
내 귀가 온통 꽃나무에게로 쏠려 있다
◐ 이기철 시집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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