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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을 둘러싼 역사 ] 등록일 : 2016-08-23 08:25

 [ 달력을 둘러싼 역사 ] 

  기억은 장소와 연결된다 : 기억은 장소를 가지고 있다. 

  첫 등교, 첫 키스, 첫 자동차 사고 같은 사건들은 어떤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에 관한 기억은 장소와 떨어질 수 없다. 집단적인 기억 역시 장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장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말하자면 공유된 과거를 환기시킨다.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지만 대개는 문화적으로 조정된다. 

  기억 공간을 세분화하는 데는 달력이 적절하다. 
  달력은 365(태음월로는 354)개까지 다양한 위치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특정한 시간이나 날이 일찌감치 배제되어야 한다면, 
  이에 대한 이의 제기는 실질적으로 날이 적어서가 아니라 
  달력이 하나라는 단수성에 해당되는 문제다. 
  달력이 필요할 정도로 기억 공간이 복잡한 곳에서는 
  여러 공간들이 겹치는 것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특정한 달력은 전체 기억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이 달력에서는 누가 여기서 기억되고 어떤 기억이 지속되어야 하며, 
  누가 그 기억을 갱신할 것인가 등이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물음들은 특정한 역사적인 텍스트로서의 달력에게 향한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인 텍스트 자체가 기억의 장소, 
  즉 실제적인 기억 장소 너머에 있는 가상의 기억 장소가 된다. 

  풀비우스의 벽 달력은 그러한 기억의 장소였다. 
  이 벽 달력에서 승전은 사원 건립일과 전쟁에서 이긴 
  최고사령관의 이름을 통해 기념되었다. 
  그리고 감찰관과 달의 이름이 각각 건축 프로젝트와 로마사에 연결되었다. 
  특정한 패전도 기록되었다. 
  디에스 알리엔시스, 즉 기원전 387년에 도시 로마까지 점령한 
  켈트족에게 패했던 날에 대한 기록이 명시적으로 새겨졌다.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의 대패배는 집정관의 죽음 뒤에 
  그의 후계자를 명명함으로써 암시적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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