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

검색

커뮤니티 좋은생각

내가 평소에 입고 먹던 것이라 몸과 입에 편안한 바이다 등록일 : 2017-04-05 14:08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동한(東漢) 때 설포(薛包)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는 학문을 좋아하고 행실을 돈독히 하였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후처를 맞이하고는 설포(薛包)를 미워하기 시작하여 결국은 분가(分家)하여 내보거늘, 설포(薛包)가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나가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런 그를 아버지는 더더욱 미워서 몽둥이로 때리면서 내 쫒으니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어쩔 수없이 집 밖에 초막(草幕)을 지어 나가 살았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를 몾잊어 아침에 들어가 물 뿌리고 청소를 하면 아버지 곁에 머물었는데, 그 아버지는 이런 모습도 눈에 거슬려서 또 쫓아내었으니 설포(薛包)는 하는 수 없이 마을 입구 문에 초막을 지어서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그치지 않았다.

이렇게 하기를 한 해 남짓 지내자, 그의 아버지는 자기 행동이 부끄러워서 그를 돌아오게 하였고, 부모가 죽은 뒤에 상()을 입어서는 슬픔이 지나쳤다고 한다.

그렇게 산지 얼마 안 되어 아우의 아들이 재산을 나누어 따로 살기를 요구하니 설포가 말리지 못하고, 이에 그 재산을 반씩 나누었는데, 노비들도 나누는데 늙고 힘없는 자를 가려내어서 말하기를 나와 함께 일한지가 오래다 너희들이 부릴 수 없을 것이다.”하며 자기가 차지하고 젊고 힘 있는 노비는 조카를 주었으며, 전지(田地)와 농막(農幕)도 황폐하고 비탈진 것은 자기가 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어렸을 때부터 관리하던 것이라 내 마음에 사랑하는 것이다.” 라 하였으며, 기름지고 반반한 농토는 그들에게 주었고, 심지어는 그릇과 쓰는 물건 중에 낡고 부서진 것들을 취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평소에 입고 먹던 것이라 몸과 입에 편안한 바이다라고 하면서 자기가 하고 좋고 새것은 그들에게 주었단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우의 아들이 자주 재산을 파산하자, 그때마다 다시 구제하여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전해오는 참된 어른의 모습이다.

지금 나라 천체가 대통령 선거로 들떠있고, 어른 아이 구별 없이 모두 자기가 잘났고, 상대편은 지지리도 못났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이것이 우리 모습이었던가. 이럴수록 비록 힘은 적어도 조용히 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나라 걱정을 해한다고 본다. 문득 퇴계께서 애용하시던 반타석(盤陀石)”이란 시가 생각난다.

黃濁滔滔便隱形 누런 흐린 물이 넘실댈 때는 곧 형체를 숨기다가

安流帖帖始分明 고요한 물결이 흐르면 비로소 모습을 나타나네

可憐如許奔衝裏 어여쁘구나! 이처럼 부딪히는 물결 속에서도

千古盤陀不轉傾 천고의 반타석은 기울어지지도 않네

 
관련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