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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리포트S)'할랄식' 없는 학교 무슬림 아이들은 괴롭다

(앵커)
이슬람교도를 믿는 무슬림들이
먹는 음식인 '할랄 음식'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음식이죠.

돼지고기와 술은 먹지 못하고
다른 고기들은
율법에 따라 도축 돼야
'할랄 음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에 한 초등학교에 이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는 무슬림 아이들이 있는데,
한국 식단에 맞춘 급식이 나오다보니
아이들이 급식시간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남궁 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의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식판 가득 돼지갈비찜을 받아가지만, 몇몇 아이들은 돼지갈비찜 대신 달걀요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온 무슬림으로 율법에서 허용한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고, 다른 음식들도 율법에 맞게 조리될 때 먹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는지 먹다 말기도 하고, 반찬은 안 먹고 밥만 먹기도 합니다.

(녹취)
("밥 맛있어요 먹을만 해요") "..."

이 학교에 다니는 무슬림 학생은 총 4명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점심을 굶고 하교 후 집에가서 밥을 먹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오거나 급식 반찬 중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학생들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교육청과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터뷰)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활동가
"(교육청은)시대적인 요구에 따라서 이런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적인 지원 등을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교는 시설과 인력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할랄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상석/00초등학교 교장
"이 아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조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인력도 그렇고 예산도 그렇고 이 부분은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고(교육청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광주시교육청은 무슬림 학생 등 다문화 학생들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다만, '무슬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을
바라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우려 돼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서은화/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어떤 아이들은 채식만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아토피로 인해 음식을 가려먹는 학생이 있을 때 이런(무슬림) 학생들에게만 따로 무엇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는 거기에 대한 역차별이다 왜 우리는 제공하지 않냐라는 그런(시선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아닌 특정 집단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은 다문화 사회로 채 진입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 현상 가운데 하납니다.

(예정인터뷰)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속도에 비해서 다문화 교육이나 함께사는 공존 교육이나 인권 교육이 사회, 학교에서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외국 국적 학생 등 다문화 학생은 3천 5백명으로, 3년 전 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스탠드업)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늘어나는 게 현실인만큼
이제는 이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갈 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MBC뉴스 남궁 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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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욱